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한 투자 실패의 기록입니다. 성공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실패담에서 더 큰 배움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수익률을 자랑하는 SNS 속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빨갛게 물든 제 계좌는 부끄럽기보다는 저를 단단하게 만든 증거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무조건 오른다”는 착각, 그리고 첫 번째 붉은 경고등
제가 처음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솔직히 말해 너무나 무지했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KOSPI 지수가 오르고,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100% 수익 인증’이 넘쳐났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이 종목, 지금 안 사면 손해입니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들이 쏟아졌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이번 달에 20% 벌었어”, “이제 주식 안 하면 돈 못 번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든 분위기 속에서 저는 '지금 안 하면 기회를 놓친다'는 강박감에 휩싸여 증권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매수한 종목은 A사였습니다. 바이오 테마주였고, 신약 임상이 진행 중이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임상만 성공하면 2배는 간다”는 식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고, 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믿고 A사에 제 자산의 40%를 투자했습니다. 며칠간은 주가가 조금씩 오르며 제 기대를 키웠지만, 임상 결과 발표 하루 전날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발표 당일 A사의 주가는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순식간에 제 자산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손절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입니다. “곧 반등하겠지”, “이 가격에 팔면 너무 아깝잖아”라는 미련 때문에 계속 보유했지만, 반등은커녕 거래정지 조치까지 이어졌고, 제 계좌는 선홍빛을 넘어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제가 얼마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 있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무조건 오른다”는 말은 주식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유혹이었습니다.
분산투자의 의미를 몰랐던 저는, 한 배에 모든 걸 실음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당시 저는 ‘분산투자’라는 단어는 들어봤지만, 그 진짜 의미와 중요성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잘 오를 것 같은 종목에 집중 투자해야 수익이 크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몇몇 ‘핫한’ 테마주에 자금을 몰아 넣었고, 결과는 매번 비슷했습니다. 조금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 계좌는 또다시 붉게 물들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B사와 C사에 대한 투자도 그랬습니다. B사는 친환경 테마로, C사는 메타버스 기술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둘 다 당시에 매우 유망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마치 트렌드를 꿰뚫는 전문가라도 된 듯 이들 종목에 대부분의 자산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냉정했습니다. 관련 테마에 대한 기대감은 빠르게 식었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주는 금세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테마’는 단기적으로는 유행일 뿐이고, 결국에는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이 주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분산투자는 단순히 여러 종목을 나눠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업종과 리스크를 가진 자산에 나눠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인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최소 5개 이상의 산업군으로 분산하고, 자산 간 상관관계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분산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 전략’이라는 본질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손절은 배신이 아닙니다 — 감정이 아닌 규칙이 필요했던 이유
제 계좌가 가장 붉게 물들던 날은, 제 감정이 이성을 압도했던 날이었습니다. 주가가 하락해도 저는 “지금 팔면 본전도 못 찾는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손절을 마치 ‘패배 선언’처럼 느꼈고, 매도 버튼을 끝내 누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감정이 아닌 ‘규칙’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종목에서는 무려 -40%까지 손실을 본 적도 있습니다. 손절이 늦어지면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감정은 제 손가락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 종목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고, 저는 투자금 전액을 날린 채 손실을 확정지어야 했습니다. 이 경험 이후 저는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손절은 절대 배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수 전 반드시 손절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도달하면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는 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자동 손절 규칙’이라고 부르며, 매수 시점에 이미 손절 가격을 정해두는 방식을 체계화했습니다.
감정을 이성으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원칙과, 그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저는 너무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떠올린 저의 투자 실패 기록은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그 실패들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조금 더 냉정하고, 조금 더 겸손한 투자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빨갛게 물든 계좌는 저에게 손실이 아닌, 값진 배움이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투자 여정에 작은 이정표가 되어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